용기없는 자에게 승리란 없다. 2020 ACL FC서울 1 : 2 멜버른빅토리 리뷰
역시 졌다.
비기기만 해도 된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말이다.
멜버른 빅토리는 용맹했고 FC서울은 겁먹은 병아리 같았다.
전반 5분 FC서울 수비진과 미드필더들이 서로에게 미루던 사이 마르코 로하스는 축구게임 아마츄어 난이도를 플레이하는 기분으로 손쉽게 골을 넣었다.
하지만 그 이후 FC서울이 거칠게 몰아칠때만까지만 하더라도 이번 경기에서 지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멜버른 빅토리는 예상대로 실력이 좋지 않았고 FC서울은 꽤나 여유롭게 압박해들어갔다.
하지만 FC서울의 공세를 이겨낸 멜버른 빅토리의 단 한번의 공격찬스에서 FC서울은 손쉽게 막아내는 듯...? 하다가 공을 몇 번 잃더니 어이없게 페널티킥을 내어주고 말았다.
제이크 브리머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했고 스코어는 0:2로 벌어졌으며 FC서울 선수들은 빠르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그 이후 FC서울은 윙백-윙-미드필더 세명이 공을 서로 주고받다가 센터백으로 공이 돌아오픈 패턴을 거의 20분을 보여주며 전혀 공격이 전개가 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좌우측 윙으로 나선 권성윤과 정한민은 스코어가 벌어진 이후 부터 급격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멘탈 측면에서 무너진 느낌이었다.
그리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권성윤, 정한민을 조영욱과 윤주태로 교체하였다.
하지만 후반의 양상은 전반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공은 전방으로 제대로 전개가 되지 않았고 용기없는 자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공격전개가 반복되었다. 멜버른 빅토리는 내려 앉았고, 실패가 두려운 FC서울은 공을 돌리며 틈을 노렸지만 그들이 원하는 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지루하던 경기는 후반 60분 박주영이 교체아웃되고 신예 이승재가 투입되면서 갑자기 템포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리그 경기에서 거의 나서지 못하고 있던 이승재가 FC서울 선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전진을 보여주기 시작 한 것. 이번 시즌 통틀어 거의 처음 보는 직선적인 모습이었다.
사실 멜버린 빅토리의 수비 실력 자체는 그렇게 대단한 편이 아니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FC서울인데 이승재의 돌파 이후 순간적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결국 그 신예 이승재가 얻어낸 프리킥 찬스를 한승규가 차올려 황현수가 아슬아슬하게 헤딩을 하여 동점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뜨겁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골은 들어가지 않았다. 몇가지 오심이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지만 결국 FC서울을 올 시즌 내내 괴롭혔던 공격의 문제가 그들의 발목을 끝까지 잡고 침몰시켰다.
FC서울은 그렇게 조 3위로 탈락을 했다.
치앙라이 유나이티드를 5:0으로 꺾으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였지만 그 이후 내리 3연패를 하며 202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막이 내렸다.
2018년 강등위기 이후 최용수 감독과 함께 정말 힘겹게 다시 따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은 이렇게 허망하게 써버렸고 리그에서 9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기에 2021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진출 자격이 없다.
박주영은 85년생으로 한국나이 36세이다.
2021년 K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2022년 ACL에 진출한다고 치더라도 박주영은 38세. 오스마르 35세, 고광민 35세, 고요한 35세로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심지어 올 시즌 기대를 모으며 컴백한 기성용도 2022년이 되면 34세로 노장 반열에 오르게 된다.
이제 귀네슈 세대는 끝이 났다. 그리고 최용수 세대도 끝이 났다. FC서울이 자랑하는 두 세대의 유산은 이제 남아있지 않다.
GS스포츠는 앞으로 어떤 운영을 하고 싶은지 이제는 보여줄때가 된 것 같다.
K리그에 머무는 것에 만족하는지 아니면 2010년~2013년의 영광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