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빵 아직 남아있나요?”
30대 직장인 방모 씨는 며칠 전부터 스티커를 모으기 시작했다. 20여년전 빵을 사먹으며 스티커도 모으던 ‘포켓몬스터 빵’이 다시 나와서다. 방 씨와 같은 이가 적지 않았던 것인지 포켓몬 빵을 한번 사먹으려면 편의점 서너군데는 기본으로 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1990년대 출시돼 캐릭터 스티커 수집 열풍을 불러일으킨 포켓몬스터 빵이 재출시되면서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포켓몬 빵의 재출시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편의점에는 예약 구매 고객들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빵이 다시 나온 것처럼 국내 제과 제과업체들이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단종시켰던 제품을 재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0~40대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해 매출을 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은 오는 23일부터 편의점과 일반 수퍼마켓에서 포켓몬 빵을 판매할 예정이다. '고오스 초코케이크'와 '파이리 핫소스빵'이 대표 상품이다. 가격은 개당 1500원이다.
재출시된 빵에는 포켓몬스터 캐릭터 스티커(띠부띠부씰·159종)가 포함된다. 1999년 포켓몬 빵이 출시될 당시 초등학생 사이에선 빵 속에 들어있는 포켓몬 띠부씰의 수집이 광풍이었다. 포장을 뜯기 전에는 600여종 가운데 어떤 게 들어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진열된 빵을 뭉개면서 씰을 들여다 보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고, 씰만 갖고 빵은 버리는 경우도 많아 ‘어린이들에게 낭비를 조장한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이 띠부씰 열풍이 20여년이 지난 최근 다시 재현되는 기미가 보인다는 게 유통업계의 판단이다. 레트로 열풍으로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포켓몬 빵이 재조명되면서 온라인에서 재출시에 대한 화제가 이어져서다. 현재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포켓몬 스티커를 웃돈을 주고 사겠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모음집 한 권의 거래가가 60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포켓몬빵을 종류별로 싹쓸이해 왔다는 후기가 넘친다. 재고가 남아있는 매장 위치를 공유하는가 하면 자신이 모은 ‘콜렉션’을 자랑하기도 한다. K팝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도 지난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구매 인증 후기를 남겼다.
포켓몬빵이 주로 유통되고 있는 편의점 업주들 사이에선 “예상하지 못한 효자상품”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는 중이다. 들여오는 족족 ‘완판’되기 때문이다. 하도 찾는 이들이 많다 보니 출시 초기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던 GS25도 한발 늦게 유통 대열에 합류했다. 온라인 오픈마켓 판매업자들도 “주문 폭주로 배송이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공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켓몬빵의 흥행 또한 키덜트 문화의 일환이라고 본다. 세종대 융합콘텐츠연구소장인 한창완 교수는 “과거 ‘오타쿠’의 취미로만 여겨졌던 키덜트가 2020년대 들어서면서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메이저 문화로 부상하고 있다”며 “부의 축적이나 계급 상승 자체가 예전처럼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은 비용으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꾀하는 것이 키덜트 문화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키덜트 문화를 대중화한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이 늘어나면서 1인가구들이 혼자 있는 시간이 더욱 증가했다”며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갇힌 주인공이 배구공과 대화를 나누듯, ‘펫(pet)’의 사회적 개념이 동물뿐 아니라 캐릭터와 수집품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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