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원인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러시아의 확장 야욕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이번 포스팅은 미국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인 인구가 상당히 많은 데다가 우크라이나인 중에서 과거 같은 소련인이자 동슬라브 계통인 러시아인, 벨라루스인과 결혼한 사람이 많다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지리적인 이유(서로 국경을 상당 부분 맞대고 있다.)까지 겹쳐서 반러 정권이 마냥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도 힘들다. 미국이 제스처만 열심히 취하고 적극적인 지원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최대한 회피하는 이 상황은 우크라이나(친서방파)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복장 터지는 상황이다.
발트 3국이 순조롭게 나토에 가입한 것과 다르게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이런저런 이유로 거부하는 상황이다. 발트 3국은 근대 이래 러시아 제국 그리고 소련의 핵심적인 전략적 요충지로 미국은 러시아의 반발을 무시하고 이 지역을 과감하게 나토로 편입시킨 것과 다르게, 우크라이나의 경우, 아무리 우크라이나가 애걸복걸하고 유럽에서도 이를 지지하더라도 무시로 일관하는 상황이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도널드 트럼프 정권 초기까지 미국은 우크라이나보다는 친중 국가 파키스탄에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원조하는 상황이었다. 이 2억 5,000만 달러가 유럽 국가 예산으로 얼마나 적은 돈이냐면, 우크라이나와 인구 규모가 비슷한 폴란드 정부 지출 3,972억 즈워티(약 1,103억 달러)의 0.227%에 달하는 금액이며, 심지어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제작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무슨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소국 민병대를 지원하는데 충분한 금액일지는 몰라도, 영토가 방대한 동유럽 국가 국방비에 보태기에는 택도 안 되는 수준이다.
또 다른 비교 사례로 미국이 이스라엘에 원조하는 군사원조 금액은 1년에 38억 달러 정도에 달하는데, 상식대로 따진다면 가내수공업으로 까삼 로켓 만드는 하마스를 상대하는 이스라엘보다 세계 군사력 2위 러시아를 상대해야 하는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원조 액수가 가야 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원조로 지불하는 금액은 이스라엘의 그것에 15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에다가, 그마저도 매년 지불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무기 지원도 형편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미사일, 전투기를 제압할 첨단 방공망을 미국에 요청했지만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불신과 러시아의 눈치를 보다 야투경, 방호복, 재블린 같은 것만 지원해줬고, 결국 우크라이나는 방공망을 현대화 할 시기를 놓쳤다. 결론적으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우호관계는 말하자면 중국과 파키스탄의 반어법적인 우호관계와 비슷하다.한쪽은 강대국이 자신들을 일방적으로 도와주길 기대하지만, 강대국 입장에서는 굳이 약소국 국민들의 소원을 들어줄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이를 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 미비하고 오히려 불안만 가중시켜 우크라이나 상황만 어렵게 만든다며 이례적으로 목소리 높여 비판하였다.
대한민국이나 대만 혹은 홍콩같은 동아시아 자유민주주의 국가 국민들 입장에서는 젤렌스키의 이러한 하소연이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는 미국의 대외 정책이 지역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동아시아 기준으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보호해주는 정의의 세력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점 하나만 가지고 미국이 세계 모든 지역에서 다 한미관계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미국 입장에서는 러시아를 확실하게 견제하기 위해서라면 우크라이나가 시리아나 레바논처럼 돼서 러시아 국력을 자석처럼 빨아먹는 것이 유리하다. 우크라이나 동부는 러시아계 주민들이 살고 있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입장에서만 중요하지 미국 입장에선 중요하지도 않으며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서방이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방어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 경제나 사회가 안정화되어봤자, 미국 입장에서 손해가 되었으면 손해가 되었지 전혀 이익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완전 멸망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지원하는 척 생색만 내고 그 이상의 지원은 하지 않는 것이다. 러시아는 핵무기 보유국이기에 만약 미국과 전쟁이 벌어지면 공멸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체결한 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로 보장한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지켜주지 않는다면, 미국이 원하는 국제질서의 흠이 되며 또한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아프가니스탄을 2021년에 손절한 적이 있던지라,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약조의 신뢰도가 떨어져서 이후 조약을 맺을 때 불리해질 수도 있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방위에 손을 쓸 것이라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국이 칠레에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쿠데타를 후원해서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칠레의 민주주의 정권 하나를 박살내고도 중국하고 계속 친하게 지냈던 사례 혹은 국제적인 반대가 많았으나 깡으로 밀어붙였던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 역시 국제 사회의 평판을 무시하는 결정을 내릴 때가 많았다.
결국 미국은 외교적으로는 이런저런 제스쳐만 열심히 취할 뿐이지 군사적으로는 중국-대만과는 다르게 직접적인 군사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현재 조 바이든 정권은 일단 82 공수사단을 폴란드 방면에 추가 파병하여 푸틴에게 미국은 군사적 지원을 할 것이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 있으나,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우크라이나로 돌입할지는 미지수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이미 쇠퇴기에 접어든 상태라서 미국이 의도적으로 러시아의 힘을 빼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묵인한다는 주장도 있다. 과거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처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다 보면 이미 경제력도 떨어지고 사회를 유지할 청년층 기반도 얼마 남지 않은 러시아가 몇년의 전쟁 끝에 결국 소모전에 지쳐 나가떨어지고 철수하는 건 물론 이후 전쟁비용과 제재에 따른 국가적 손실이 겹쳐 국가파산까지 당해 말 그대로 1990년대로 후퇴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이 얼마나 희생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대러제재와 우크라이나군 지원만 잘 하면 최소한의 명분은 유지하는 셈이니 미국으로서는 나쁠 게 없다.
실제로 미국의 외교 정책은 이미 오바마 행정부 말기 시절부터 러시아 외에도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중앙아시아 5개국의 경제를 통째로 모두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던 바 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의 대비도 언제까지나 나토 회원국에 대한 침략이 시작될 때 대비한 것뿐이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적 지원 가능성은 아예 없다고 못을 박아놓은 상태이므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러시아가 점령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무기 및 물자지원과 대러시아 제재를 넘어선 서방의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은 없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 하원 외교 위원회의 마이클 맥콜 의원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러시아를 대담하게 만든 계기였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위해 무리하게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져나왔지만 미국의 의도와는 다르게 러시아를 자극시켜서 또 다른 외교적 위기를 불러왔다고 판단했다는 것. 또한 미국 정부 스스로가 군사적 옵션은 없다고 했는데,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억지력을 상실했고, 이는 러시아가 침공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는 비판이 있다.
최소한 군사적 옵션을 실제로 실행하지는 않더라도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는 옵션으로 남겨놨다면 러시아가 침공을 쉽게 결정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요지의 비판이다. 더 나아가서 미국의 이와 같은 소극적인 모습이 중국을 자극하거나 유럽 전체 안보를 흔들리게 만드는 등 또 다른 외교적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유럽과 미국 둘다 나토 회원국에만 병력투입을 하였고 대통령 스스로 군대를 파견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상태라 사실상 우크라이나 혼자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 나오게 되었다. 비록 명분이 없고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해 도와주지 않고 있지만 나토 회원국 가입을 철저히 막은건 일부 유럽 국가들과 미국이였으며 이런식으로 러시아와 중국 둘다 방치한다면 결국 패권경쟁 및 신냉전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러시아가 말도 안되는 이유로 침공을 하였으며 아예 친러정부 설립 및 탈나치화를 위해 노력중이라는 터무니 없는 주장만 하고 있는 상태다. 당연하지만 이미 아프가니스탄 사태만 해도 미국의 위상에 치명타를 입혔는데 우크라이나마 사태마저 해결하긴 커녕 방관만 한다면 러시아와 중국이 더더욱 날뛰어도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인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가득이나 우크라이나는 민주주의 국가인 반면 러시아는 말로만 민주주의 국가인 독재 국가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며 미국의 위상을 다시 올리겠다던 존 바이든의 주장들이 사실상 거짓으로 들어난것과 다름없으므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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