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포스팅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은 어쩌면 한국에게도 해당할수있는 원인인 지정학적 요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냉전 이전부터 모스크바는 소련, 러시아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소련 시절이나 지금의 러시아 모두 모스크바에 모든 역량이 집중되다보니 모스크바가 날아가면 러시아는 복구 불능 상태에 빠진다. 그래서 흐루쇼프가 베를린을 노렸듯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모스크바를 노렸다.
이것을 상징하는 말이 프랑스의 비례억지전략과 영국의 모스크바 기준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핵개발 초기에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이유, 나중에 미국이 이들의 핵개발을 적극 지원한 이유는 러시아의 핵을 얻어맞더라도 모스크바를 확실히 박살내기 위한 것이이다.
이것은 미국이 유럽 정세에서 빠지지 못하도록 협박한 것이기도 한데, 수도를 잃고 삼류 개발도상국으로 전락한 소련 혹은 러시아가 자신들의 영향력 상실과 미국의 영향력 극대화를 마냥 보고 있을 리 없으니 미국에 선제 핵타격을 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까운 중국을 예로 들어보자. 여태까지 중국은 한국의 미사일 전력, 항공 전력이 강화된다 싶으면 극심히 반발했다. 이는 THAAD 배치 이후 중국이 경제적 타격, 대외 신용도 타격을 무시하면서 보복을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이 한국과 가깝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베이징과 서울 간 직선거리가 약 950km이다. 한국이 BGM-109 토마호크급 순항 미사일만 도입해도 베이징, 상하이, 난징, 쑤저우, 항저우 등 주요 도시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이 히스테리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러시아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와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직선거리는 약 750km 내외이며, 우크라이나 최북단 기준으로는 약 500km 내외이다. 베이징과 서울 간 거리보다도 월등히 짧은 것으로, 러시아 입장에서는 엄청난 안보적 부담이 된다. 우크라이나에 강성 반러 정권이 들어선 후, 성능 좋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 순항 미사일을 도입하면 모스크바는 바로 엄청난 군사적 위협에 몰리게 된다.
또한 지상군 배치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우크라이나 전까지는 카르파티아 산맥이 있어 지상군의 이동 경로가 좁게 형성되어 있으나, 우크라이나부터는 모스크바까지 평야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껄끄러워지게 된다. 폴란드가 한국과 비슷하게 육군 위주로 편성하는 것도 이 때문인데, 벨라루스의 평야 지대를 넘어온 러시아의 기갑 전력을 막는 선봉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위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집어삼키려고 폭주하는 반면 미국, 영국, EU 등 서방권은 영 시원찮은 반응을 보이는 원인이기도 하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 방어 문제 때문에 장악해야 하지만, 미국, 영국, EU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지나치게 러시아와 가깝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지켜주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동유럽에 여러 나라가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방파제로 쓸 나라가 우크라이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NATO의 가장 강력한 방패는 폴란드이며, 우크라이나 뒤에 있는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발트3국도 러시아에 적대적이다.
러시아가 흑해를 장악해 봐야 흑해는 보스포루스 해협[22] 외에는 차단되어 있는 내해에 불과하고, 미국, 영국, EU는 터키와 그리스를 이용해 러시아 함대를 견제할 수 있다. 설령 보스포루스 해협이 러시아에 의해 뚫렸다고 해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몰타 등의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즉, 러시아는 대규모 전쟁을 감행하더라도 우크라이나를 먹어야 하는 절박한 이유가 있지만, 미국, 영국, EU는 세계 대전과 핵전쟁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를 감쌀 이유가 비교적 적다고 볼 수 있다.
1989년 동유럽에서 민주화 혁명이 불타오르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면서 공산주의가 붕괴었고, 독일은 숙원이었던 통일을 이루고자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련이 독일 통일에 반대했다.
미국의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은 독일의 통일을 반대하던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소련이 독일의 통일을 승인하면 NATO를 동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독일과 동유럽 해당 국가들의 주권을 강대국이 침해하는 것이었다. 당장 통일의 당사자인 독일의 헬무트 콜 총리가 이 약속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독일의 통일을 위해서 콜은 대놓고 여기에 반대하지는 못했고,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선에서 그쳤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는 구두 약속으로만 그쳤고 조약으로 체결될 수 없었으며 어떠한 형태의 서면 문서로도 작성되지 못했다. 이 구두 합의는 2000년대 들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990년 독일 통일 당시 조지 H.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간에 이런 구두 약속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위에도 나와 있듯이 어떠한 문서나 증거 자료가 없지만, 푸틴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서방 정치권에서 딱히 부인을 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 내용이다.
사실 1990년대 적극적인 개방과 친서방 정책을 펼치던 러시아의 옐친 대통령은 1991년 러시아의 NATO 가입을 희망한다고 발언했고, 1993년 보리스 옐친과 빌 클린턴은 러시아의 나토 가입을 협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NATO 가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편 1993년부터 독일의 구 동독 지역에 NATO군이 주둔하게 되었고, 폴란드, 체코, 헝가리, 발트3국을 시작으로 동유럽 국가들이 NATO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옹호 측은 선제적으로 상호 간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것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략주의를 비판하는 측은 동유럽 당사국들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으니 무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현실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극히 규범적인 주장이다. 세상 그 어떤 나라도 자국 국경에 인접한 국가가 비우호적이거나 자기의 적국이라 판단되는 나라에 우호적인 나라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 이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도 마찬가지다.
역사적 사례로 봤을 때 반대로 미국의 앞마당인 쿠바, 그레나다에서 쿠바 미사일 위기, 피그만 침공, 그레나다 침공이 벌어졌던 당시 미국이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상기해 보면, 동유럽 국가들이 모두 EU와 NATO 회원국들이며, 핀란드와 스웨덴은 중립국을 표방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가까운 사실상 서방 국가이다.
또한 미국은 이미 2008년 부쿠레슈티 나토 정상회담 당시에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이 불필요하게 러시아를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프랑스와 독일[25]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하려 들었고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까지 직선거리로 단 500Km도 안 되는데, 러시아는 국가적 역량과 교통 요점 모두가 모스크바에 몰빵되어 있어 모스크바 함락 시, 국가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러시아로써는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안보적 필수 사항이다.
거기에 독일, 우크라이나 전까지는 카르파티아 산맥으로 좁게 형성되어 있다가 두 국가부터는 모스크바까지 평야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껄끄러워지게 된다.
이에 과거 모스크바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토와 러시아가 합의를 맺었었다. 일명 나토-러시아 건국 의정서라고 하는 것으로, 강제성은 없는 의정서이지만 그 내용 중에는 상대가 자신의 영토와 국경을 지키기 위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나 2008년의 남오세티야 전쟁에서 전쟁을 시작한 것은 조지아[26]였음에도 불구하고, 자국의 평화유지군이 살해당한 러시아가 이후 조지아의 수도를 점령하기 직전까지 가자 나토의 연합함대는 흑해로 집결해 전쟁을 종결하도록 러시아를 압박했다. 러시아의 위기 의식은 여기서 초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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