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머지포인트에 적으면 몇 십, 많으면 몇 천만원어치 포인트를 충전해두고 사용해두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사용처를 잃으면서 환불을 하려고 머지포인트 본사로 몰려갔다.
하지만 그럴만한 현금이 없는 머지포인트는 60%만 환불해주면서 환불받았다는 것에 대한 비밀 유지, 본인들을 비호해달라는 합의서를 작성하게 하였지만 비밀이 유지될리가 있나, 더 많은 사람들이 머지포인트 본사로 몰려가며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자신들의 돈을 환불 받을 길이 없다는 것을 직감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서 회사의 정수기, 노트북을 떼어가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머지포인트는 초토화된 상태이다.
건물 주변에는 돈을 돌려달라는 고성방가가 이어지고 있고 방역 수칙 위반 사례도 여럿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해당 업체 직원들이 신변보호를 요청하기도 한다고.
그러면 대체 머지포인트가 뭔데 이렇게 난리인지, 어쩌다 생긴 일인지 간단하게 알아보도록하자.
머지포인트가 뭐야?
우선 머지포인트는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멤버쉽 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SKT 멤버쉽을 들고 파리바게트가서 할인받듯, 신용카드 연회비를 내고 기준을 충족시켜서 다양한 혜택을 받듯 머지포인트에 가입하면 여러가지 할인 혜택을 제공받게 된다.
머지포인트에서 할인을 받는 방법은 몇가지가 나눠져있었다.
1. 머지포인트 충전
우선 머지포인트 충전, 머지포인트에서 머지포인트 충전을 하면 무려 20%를 할인해주었다. 1만원짜리 포인트를 구매하려고 하면 20%를 할인해줘서 8천원만 사용하면 된다는 것.
롯데상품권이나 신세계상품권같은 상품권들이 5~6%만 할인되어도 사람들이 몰려가서 사는 판국에 머지포인트는 무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20%를 할인해 준 것.
그러다보니 이 혜택을 주목한 사람들은 포인트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점점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보통 이런 좋은 혜택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지기에 일단 사놓고 천천히 쓸 요량으로 거액을 사들인 사람들도 다수라고.
2. 머지플러스
머지포인트에서는 머지플러스라는 구독형 상품도 도입했다. 머지플러스에 가입하면 가맹점에서 결제시 최대 20% 할인이 되는 구조이며 꼭 포인트를 충전하지 않아도 되고 카드연계도 되는 충격적인 회원제였다.
즉 머지플러스+차이카드라던가 머지플러스+혜택 좋은 신용카드 조합으로 상당한 할인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근데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월 구독료가 1.5만원이었는데 한 달에 혜택을 본 금액이 그에 미달하면 차액을 머지포인트로 환급을 해주었다 (...) 머지플러스 가입자들은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는 장사로 보였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회원제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도 회사가 운영이 되나?
위에 적혀있듯 머지포인트는 사기적인 혜택을 내세워서 수많은 가입자들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이런 사기적인 혜택의 이면에는 회사의 지속적인 적자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쓰는 신용카드를 생각해보자, 각종 카페에서 유명하게 떠오르는 신용카드들은 금방 사라지거나 혜택이 바뀌게 된다. 한때 마일리지 카드로 유명했던 외환카드 크로스마일이 대표적인 예 중 하나로 혜택이 워낙 좋다보니 신규 발급은 일찍이 중단되었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유효기간도 만료되어 이 땅에 사용 가능한 크로스마일 카드는 몇 남지 않았을 것이다.
크로스마일 카드 같은 수준이라도 회사에 피해를 입히는데 머지포인트와 같은 무조건 20% 할인이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겠는가?
고객이 8천원만 내면 1만원을 내어주는 것 자체가 2천원의 손실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인건비, 각종 경비들을 고려하면 회사는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었던 것.
쿠팡이나 다른 많은 스타트업들처럼 머지포인트도 이런 손해를 감수하면서 막대한 고객층을 확보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객층을 무기로 투자를 유치하고, 또 공격적인 영업을 하고 또 투자를 유치하고...
그리고 결국 마지막에 결제 플랫폼의 승자가 되어 화려하게 미국 증시에 상장을 하는 것을 꿈꾸었겠지만 현실은 그리 달콤하지 않았다.
어쩌다 이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진거야?
머지포인트의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환불.
아주 단순히 6 명의 머지포인트 고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1) A가 8천원을 내고 1만원 포인트를 충전 (부채이자 자산 1만원)
2) B가 8천원을 내고 1만원 포인트를 충전하고 모두 결제 (8천원)
3) C가 8천원을 내고 1만원 포인트를 충전하고 모두 결제 (6천원)
4) D가 8천원을 내고 1만원 포인트를 충전하고 모두 결제 (4천원)
5) E가 8천원을 내고 1만원 포인트를 충전하고 모두 결제 (2천원)
6) F가 8천원을 내고 1만원 포인트를 충전 (0원)
위 케이스대로 진행된 경우 월급 한푼 주지 않은 상태에서 머지포인트는 부채를 1만원을 안고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다 까먹은 것이다.
이 상태에서 A가 자기의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 1만원은 커녕 원 결제 8천원도 돌려주지 못하는 상태로 빠져버리는 것이다.
이런 경영이 지속 가능 할 수 있는 조건은 단 두가지이다.
1) 지속적으로 고객들이 돈을 충전
2) 지속적으로 투자금를 유치
위 두가지 모두 말은 번지르르 하지만 부채로 인식되는 거래 행위이고 머지포인트는 이런 말도 안되는 상태로 경영을 지속해왔던 것이며 카드돌려막듯 시한폭탄을 돌리며 경영을 하고 있었던 것.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주며 부채로 버텨가는 구조랄까.
하지만 누군가 환불을 요청하기 시작하면 서로의 힘이 되어 주던 부채가 무너져버리고 이 쿠크다스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아주 쉽게 깨져버린다.
아니 그래서 머지포인트 사태가 왜 터진건데;
머지포인트측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머지포인트의 영업 행태상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가이드를 내놓았고 그에 따르기 위해서 결제 가능한 제휴처를 음식점으로 한정시켰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 가이드 때문에 줄인 것인지, 이미 줄이고 싶었는데 가이드가 나와준 것인지는 의문)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냥 좋았던 서비스가 겁나 구려진것에 불과하니까.
이와 똑같이 생각하던 사람들은 서비스가 구려졌기 때문에 환불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머지포인트에는 환불을 할 돈이 없었던 것. (혹은 그럴 의지가 없거나)
한두명이면 해줄 수 있겠지만 어처구니 없이 줄어든 혜택에 분노하며 몰려든 환불 요청을 모두 대응을 해줄 돈이 머지포인트에는 없었던 것이다.
머지포인트에서는 최초 공지에 90% 환불 계획을 밝혔지만 그 지급이 "순차적"으로 기재되어있었고 본사에 몰려든 사람들에게 즉시 60% 환불을 해주었다는 소식이 퍼지게 되었다.
아니 본사까지 쳐들어간 극성 고객에게 60% 만 환불을 해준다고 했다고? 아니 근데 또 그걸 오케이했다고? 그럼 이거 90%는 받을 수있는거야? 라는 의식의 흐름이 생겨나고 자신이 충전한 머지포인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터져나와 사람들이 머지포인트 본사로 몰려가게 된 것이다.
결국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아래 세개로 볼 수 있다. 역시 가장 큰 원인은 말도 안되는 영업 정책이라 할 수 있다.
1. 지속적인 영업을 담보 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
2. 가장 큰 리스크인 환불을 유발하는 혜택 축소
3. 불안감을 더 키우는 환불 정책
머지포인트가 사기인지, 방만한 경영의 참담한 실패인지 결론짓기는 힘들다. 하지만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나쁜 사례로서 길이길이 남을것은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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